April, April, April der macht was er will.
4월이 왔고 만우절 거짓말처럼 눈이 왔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올해는 여름이 빠를 것 같다며
여름옷을 꺼내 정리했는데
너무 흔한 관용구같이
마치 그런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추워지더니 눈이 왔다.
제멋대로인 4월 날씨에 속은 게 나만은 아닌 듯,
화단에는 개나리도 피었고 Osterglöckchen이라고 불리는
와이프가 제일 귀여워하는 나팔수선화도 잔뜩 피었는데
눈이 왔다.
우리야 독일생활이 아직도 익숙지 않아서 그렇다 치지만
이 친구들은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4월 날씨에 속는 건지..
한심한 친구들.
민첩함 하면 그 어느 나라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으리라 믿지만
날씨에 따른 옷차림은 도무지 독일 사람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한국사람들은 롱 패딩을 10월부터 4월까지 입고
5월부터 9월까지 반팔을 입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물론 벌써 롱패딩을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내 주변엔 아직도 롱패딩을 입는 친구도 있다.
독일 생활에 익숙한 친구인 걸까.
4월 날씨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줄 알았던 걸까.
독일 사람들은 계절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겨울옷을 함부로 집어넣지 않는 듯하다.
햇살 좋은 3월 말의 따스함을 즐기지만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늘 있는 듯
4월 날씨가 배신을 하자마자
당연하듯이 겨울 옷을 꺼내 입고들 나왔다.
물론 한겨울처럼 털모자에 부츠를 신고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한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겨울옷을 입고 다닌다.
여름에도 건조하고 서늘한 날들이 꽤 있기 때문에
얇은 긴팔 옷은 필수.
한국에서 독일어 학원 다닐 때
많이 들었던 얘기 중에 하나가
겨울의 독일 옷차림은 무채색의 향연이라는 말과
독일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무심함 같은 것들이었다.
나도 옷을 잘 입는 편은 아니라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처지는 아니고
다만 한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서
등산복 입고 다니는 게 창피하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여기도 뭐 등산복, 등산화 천지라
굳이 창피하다고 등산복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눈 오는 날 정장을 입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패션코드와 관계없이 정장에 등산화도 잘 신고 다닌다.
무심하다기보다는....
학생들은 돈이 없고 직장인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을 적게 버나 많이 버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세율은 내야 하기 때문에
유행이라는 걸 잘 따를 수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따를 유행도 없다.
다만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에 관계없이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남 눈치 안 보는 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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