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집안일

제멋대로인 4월, 그리고 옷차림.

Das Leben ist zu schwierig 2022. 4. 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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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April, April der macht was er will.

April, April, April der macht er will.
발코니에서 본 4월날씨

4월이 왔고 만우절 거짓말처럼 눈이 왔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올해는 여름이 빠를 것 같다며

여름옷을 꺼내 정리했는데

너무 흔한 관용구같이

마치 그런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추워지더니 눈이 왔다.

 

제멋대로인 4월 날씨에 속은 게 나만은 아닌 듯,

화단에는 개나리도 피었고 Osterglöckchen이라고 불리는

와이프가 제일 귀여워하는 나팔수선화도 잔뜩 피었는데

눈이 왔다.

우리야 독일생활이 아직도 익숙지 않아서 그렇다 치지만

이 친구들은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4월 날씨에 속는 건지..

한심한 친구들.

Osterglöckchen
Osterglöckchen 나팔수선화
독일 개나리
상황파악 못하는 개나리와 이름모를 꽃들

민첩함 하면 그 어느 나라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으리라 믿지만

날씨에 따른 옷차림은 도무지 독일 사람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한국사람들은 롱 패딩을 10월부터 4월까지 입고

5월부터 9월까지 반팔을 입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물론 벌써 롱패딩을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내 주변엔 아직도 롱패딩을 입는 친구도 있다.

독일 생활에 익숙한 친구인 걸까.

4월 날씨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줄 알았던 걸까.

 

독일 사람들은 계절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겨울옷을 함부로 집어넣지 않는 듯하다.

햇살 좋은 3월 말의 따스함을 즐기지만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늘 있는 듯

4월 날씨가 배신을 하자마자 

당연하듯이 겨울 옷을 꺼내 입고들 나왔다.

물론 한겨울처럼 털모자에 부츠를 신고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한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겨울옷을 입고 다닌다.

여름에도 건조하고 서늘한 날들이 꽤 있기 때문에

얇은 긴팔 옷은 필수.

 

한국에서 독일어 학원 다닐 때

많이 들었던 얘기 중에 하나가

겨울의 독일 옷차림은 무채색의 향연이라는 말과

독일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무심함 같은 것들이었다.

나도 옷을 잘 입는 편은 아니라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처지는 아니고

다만 한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서

등산복 입고 다니는 게 창피하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여기도 뭐 등산복, 등산화 천지라

굳이 창피하다고 등산복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눈 오는 날 정장을 입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패션코드와 관계없이 정장에 등산화도 잘 신고 다닌다.

 

무심하다기보다는....

학생들은 돈이 없고 직장인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을 적게 버나 많이 버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세율은 내야 하기 때문에

유행이라는 걸 잘 따를 수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따를 유행도 없다.

 

다만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에 관계없이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남 눈치 안 보는 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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