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비틀기

성실함에 대하여

Das Leben ist zu schwierig 2022. 4. 1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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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분명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인생 최고의 가치를 성실에 두었던 때가 있다.
물론 지금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성실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요즘들어
정확히 말하면 2022년을 내딛으며
삶을 평가하는 척도가 조금 바뀌었다.
일단 몸이 너무 피곤하고
회복도 확실히 더뎌지면서
휴식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최고의 자산이라고 여겨왔던
성실함이
과연 나의 인생을 지탱하는 데 있어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성실하지 않은 것보다 성실한 것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까지
그 성실이라는 테마를 너무 크게 지켜오면서
놓친 것들, 그리고 간과한 것들이 너무 많다.

목적과 방법과 요령이 없는 성실함은
나를 너무 피로하게 만들었고
그 피로함은 곧 내 성실의 댓가이자 보상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그저
피곤함일 뿐,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은 될 수 없다.
보상은 말그대로 보상이어야지
혼자만의 뿌듯함은 세상과 나의 단절을 키울 뿐
발전의 증거라 볼 수 없다고 느꼈다.

그 맹목적인 성실함은
나를 결과없이 교만하게 만들고
남과 나를 비교하고
그래도 내가 더 멀리 빨리 많이 달렸으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만들고
그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좌절케 했다.
결국 맹목적인 성실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피로와 교만과 좌절.

물론 지난 10여년간의 맹목적인 성실로 인해
얻는 긍정적인 결과들도 무시할 수 없다.
나를 허세없이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좀 더 효율적이고 요령 있는 성실을 찾고자 한다.

언젠가 우연히 지나친 글이 생각났다.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게으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쉬기 위해
생각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기 위해
기발하고 효율적인 생각들을 떠올린다.

그동안의 나는 바쁜 몸을 위안삼아 생각이 게을렸던 건 아닐까.
그동안의 나는 뼈를 주고 살을 쳤던 건 아닐까.

집근처 고양이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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