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비틀기

성실함에 대하여 2.

Das Leben ist zu schwierig 2022. 4. 2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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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엔 정해진 루틴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전날 밤에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과 식사와 길에 쏟아야 하는 시간까지

계획을 한다.

보통은 잘 어긋나지 않지만

계획이 어긋나면 뱃속부터 차오르는 짜증을 견뎌야 하고

만에 하나 어긋난 원인이 타인이라면

정말 마음 속 깊숙이 그 사람을 증오한다.

 

이런 나를 스스로는 "성실하다"라는 제목을 달아 대견해하지만

문제는 삶의 목표가 그저 루틴을 지켜내는 성실함이 아니라는데 있다.

 

어디까지나 루틴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

목표에 이르기 위한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루틴을 깨고 새로운 루틴, 혹은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해야 하는데

목표에 대한 생각보다 루틴을 지키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에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루틴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심지어는 연주를 하러 가서도

연습을 못하는 것을 짜증 내는 나를 발견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당연히 실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인맥 혹은 운이라 말하는,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회를 접해야 한다.

 

실력은 루틴의 영향을 받지만

그 외의 조건들은 나의 루틴과는 별개로

나를 외부에 많이 노출시켜야 하는데

반복되는 루틴이 그 기회들을 차단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은 아니였을까.

 

시대가 많이 변했다.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우리에게 내걸던 묵묵한 성실함,

어둠을 참아내는 인내와 같은 것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종종 떠오른다.

 

이전 세대를 폄하할 마음은 전혀 없고

그저 시대가 그런 묵묵함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실함은 방법과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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